오늘의집의 명함
오늘의집 브랜딩 이야기 #5
2018년 2월 20일

오늘의집에 근무한 지 1년이 지났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많은 것들을 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명함이다. 쓸 일이 많이 없어서 아직도 수북이 쌓여있지만 가끔 책상에 놓인 집순이가 그려진 따뜻하면서 깔끔한 느낌의 명함을 보고 만져본다. 기분 좋다, 오늘의집에 걸맞은 명함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오늘의집 명함

1년 전, 입사 당시 받았던 구 명함의 첫인상은 차가웠다. 흔한 IT회사가 가진 이미지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종이는 옛날 문구점 도화지를 잘라온 듯, 로고가 있는 한 면에 가득 채워진 파란색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서리 근처에는 파란색 잉크가 조금 벗겨져서 희끗하기까지 했다. 개인 정보가 있는 다른 면에는 실내 설계도가 바탕으로 깔려 있었는데 주방, 거실, 침실, 욕실 등 몇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난 소파가 놓인 거실을 선택했었다.

오늘의집의 색상과 로고, 그리고 인테리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듯한 명함은 첫 느낌이 좀 별로였지만, 정립되지 않은 당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적당한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아웃은 괜찮았다. 그러나 ‘오늘의집’이라는 네이밍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다르게 차가운 느낌이 강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한 가지, 명확한 키워드가 없을 뿐이었다.


작은 종이에 오늘의집을 담아내자

차가운 느낌의 이전 것과 달리 새로운 명함은 ‘따뜻하고 일상적인 오늘의집’이라는 분위기에 걸맞은 모습이어야 했다. 가장 먼저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보여주는 로고가 있는 면은 가득 찬 파란색을 덜어내고 담백하고 따뜻한 톤으로 구성하고자 키비주얼인 캐릭터를 넣기로 했다. 그리고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 슬로건을 로고와 함께 배치하여 오늘의집의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보이는 것뿐 아니라, 촉감에서도 따뜻함을 담아내고자 모서리를 부드러운 라운드로 처리하고 종이는 이전의 빳빳한 도화지 같은 재질을 탈피하여 조금은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반누보 스노우 화이트로 선택했다. 처음 구상했던 종이의 느낌은 이보다 좀 더 몽실몽실 한, 마치 펜으로 살짝 누르면 잉크가 스윽 번져나가는 그런 것으로 상상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종이중 가장 그 느낌에 가까운 것이 반누보였다, 물론 만족스럽지만 조만간 회사가 이사를 가므로 정보 변경과 함께 종이도 더 신경 써서 찾아봐야겠다.


그림을 선택할 수 있게

새로운 명함이 나왔기에, 사내 게시판을 통해 구 명함을 소진한 동료들에게서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리고 새로 입사 예정인 분에게 환영과 입사 안내의 정보를 담은 메일을 보내드리는데 그 안에는 어떤 명함을 선택할 지에 대한 안내도 포함되어 있다. 집순이와 집돌이, 집냥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몇 종류의 그림이 있고 구도에 따라 세로와 가로로 나뉘어 있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대표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적용해서 5~6가지 정도의 다양한 그림이 무작위로 섞여있는 방식이어서 이를 오늘의집에서도 해보려 했으나 비용이 꽤 커서 아직은 하나의 그림만 선택하게 되었다. 언젠가 오늘의집도 더욱 많이 성장한다면 꼭 해보고 싶다. 명함이 아주 작고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지만 상징성은 그 어떤 것보다 크다고 느낀다, 오늘의집이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개성 있는 차별점을 지닐 수 있는 캐릭터가 살아 숨 쉬듯 다양하다면 큰 의미 없이 지나가는 명함 교환이나 기타 많은 순간에서 분명 오래 각인되고 기분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난 세로형 4번 디자인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소품이 있거나 그와 관련된 자세한 모습이 담긴 다른 것들도 많지만 이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가장 먼저 디자인을 했고 그냥 느낌이 좋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구체적이지 않고, 그저 느낌이 좋은 것, 다 같이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거 같다.


기분 좋은 디자인

30명 남짓한 오늘의집 동료들의 선택은 분포가 다양해서 어떤 디자인이 가장 인기 많은지를 아직은 파악하기 어렵다, 다양하다. 새 명함이 여러 명에게 처음 발급되었을 때 다들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서로 즐겁게 교환하는 모습에 상당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한 두 개씩 받아오는데, 디자인이 모일 때마다 왜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좋아서 카드를 수집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디자인이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누군가를 기분 좋고 즐겁게 했다면, 오늘의집의 명함은 충분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믿는다. 또한, 잔잔한 물결에 비유했던 일상의 행복이라는 브랜드 핵심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에 더더욱

다음 편은 오늘의집 웰컴 키트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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