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고, 본업 외에도 여러 개의 부업을 하며 바쁘게 사는 삶이 유행입니다. 2022년 한 해를 이끈 트렌드로 ‘갓생’이 꼽힐 만큼요!
오늘의집에도 그 누구보다 알차게 ‘갓생’을 살아온 팀원이 있어요. 회사를 다니며 테니스,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은 물론이고 미술 학원을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부업으로 쉐어하우스와 에어비앤비 두 개를 운영하고, 엑셀 강의도 진행했죠. 스스로를 취미 부자이자 프로 자기 계발러로 소개하곤 했어요.
그랬던 사람이 최근 2년은 일 생각만 하면서 보냅니다. 근데도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가구전략팀의 Noah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Noah 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가구전략팀의 Noah입니다. 오늘의집 커머스 사업의 KPI 설계 및 트래킹 업무, Go-To-Market Strategy와 Internal Process Innovation 등 다양한 부서의 참여가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이전 직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 회사에서 여러 경험을 했어요. 처음 2년은 물류센터에 있었죠. 오이도에 위치한 탓에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던 곳인데요, 거기서 기획, 물류 원가, 회계를 담당했고요. 이후 사내 직무 이동 프로그램을 통해 홈쇼핑 가구 MD로 일했어요. 가구를 기획해서 홈쇼핑 방송사에 영업을 하고 생방송 스케줄을 잡아 운영하는 업무를 2년 정도 했습니다.
비슷한 일을 2년 정도 하고 나니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데이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 데이터 애널리스트(Data analyst)가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직업’ 순위 안에 들었는데, ‘섹시한 건 못 참지’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죠. (웃음)
Q. 그 당시에 라이프스타일은 어땠어요?
취미 부자이자 프로 자기 계발러였어요. 그때 제가 추구했던 삶의 방향성이 ‘가능한 여가 시간을 많이 확보해서 내가 일 외의 하고 싶은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는 것’이었거든요. 다니던 회사의 워라밸도 좋아서 별의별 일을 다 했어요.
취미로 미술 학원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커피를 좋아해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어요. 운동도 웨이트트레이닝, 테니스, 필라테스, 크로스 핏을 다양하게 했고요. 자기계발로는 파이썬, R, 코딩을 배우고 ADsP, SQL, 태블로 자격증을 땄어요. 에어비앤비를 두 개 운영하고, 엑셀 강의도 하고, 단체 소개팅도 주최해 봤어요.
Q. 와 엄청 바쁘게 보냈네요. 요즘 흔히 말하는 ‘갓생’인데요.
남들이 볼 때는 알차게 살았던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제 마음 속에는 늘 공허함과 불안감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경험을 하거나 성장, 보상을 얻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게 늘 불안했어요. 그래서 오늘의집으로 이직했고, 지금은 회사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br> </br>
Q. Noah 님이 오늘의집 입사 전에 쓴 글 중에 ‘원숭이’와 ‘늑대’ 비유를 든 부분이 와닿았어요. 지금은 둘 중에 어떤 삶에 가까운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 놀림당할 것 같지만 (웃음) 늑대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일하고, 더 이상 불안하지 않거든요. 이전엔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엄청 고민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할 생각도 없고, 하고 있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훨씬 만족스러워요.
Q. 일 말고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요?
네. 일단 스스로 느끼기에 제가 많이 성장했거든요. 예전에는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고, 오래 걸렸던 일들을 빨리하게 되었는데요. 특정 전문 분야의 하드 스킬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필요한 소프트 스킬을 습득해 나가고 있다고 느껴요. 오늘의집으로 이직할 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 더 재미있고 으쌰으쌰 되는 타입인가봐요.
맞아요. 그런데 제가 성장했다는 것을 일하면서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이렇게 말할 때, 스스로 정리하면서 느껴요. 사실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 바보 같다 나 어떡하지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Q. 최근에 ‘나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나요?
가구 공동구매 프로젝트요. 보통 공동구매라고 하면 생필품이나 식품처럼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데요. '고가의 가구를 공동구매로 판매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출발했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 기다리는 대신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한 번에 제작하거나 매입할 수 있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서, 고객과 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왠지 '공동구매'라고 하면 관심이 생기니까, 광고 소재로도 좋을 거 같았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망했어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지, 무엇을 개선하면 결과가 나아질지 고민해도 뾰족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Q. 성장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잖아요.
물론 괴로울 때도 있지만, 제가 예전에 어떻게 공부했고, 어떻게 일했는지를 돌이켜보면 지금이 더 즐겁고 만족스러워요. 지난 2년 동안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느껴지고, 앞으로 이곳에서 시간도 그럴 것이라 믿거든요.
Q. 오늘의집에서 Noah 님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있나요?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요. 오늘의집에서 만난 리더들은 제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 같아요. 생각하는 폭이나 속도, 빠르게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등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보통 배움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학습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은 그런 식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상황은 계속 바뀌고, 복잡하기 때문에 결국 도제식으로 보고 배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일을 잘하는 사람 옆에서 같이 일하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지를 계속 보고 배우는 게 결국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인거죠. 지금 이런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아 계속 여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집에서 일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Q. 지난 2년 동안 일에 더 집중하면서 워라밸에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워라밸 (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기보다는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통합)이 된 것 같아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일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그것이 제 삶에도 활력이 되죠. 이전과는 일과 취미가 분리되었다면, 이제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Q. 일 외에 Noah 님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꼽자면요?
요가, 달리기, 글쓰기요. 한마디로는 ‘좋은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기’고요. 최근 2년 정도 회사 근처 수련원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꾸준히 했어요. 달리기는 시작한지 3년이 되었고, 얼마 전에 하프 마라톤에 나갔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6년 전부터 쭉 하고 있고요. 말씀드리다보니 저 약간 초식남으로 바뀐 것 같네요. 다시 웨이트 좀 해야겠어요. (웃음)
Q. 좋은 루틴을 만드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그래서 일상에 녹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매일 저녁 8시에는 요가를 해요. 주말 아침은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한 다음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세상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웹툰같이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이런 루틴이 없으면 한두 번씩 빼먹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나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고 그걸 반복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어떤 날은 종일 누워서 핸드폰을 보기도 하지만요.
Q. 일과 취미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있나요?
일과 취미 시간이 아주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아요. 퇴근하고 집에서 쉬다가 갑자기 노트북을 켤 때도 있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왠지 일하기 싫고 회의가 없으면 점심을 먹고 출근하기도 해요. 자율출퇴근제 덕분에 가능한 일상이죠.
그래도 서로가 가장 좋은 영향을 주는 시간대는 평일 저녁 요가 후 잠깐의 근무 시간이에요. 요가를 할 땐 정말 뇌를 꺼놓고 동작에만 집중해요. 생각을 안 해도 된다는 게 좋아서 그런지 힘든 자세도 집중이 잘 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한두 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그때 주변은 조용하고, 머리는 맑아요. 그 시간이 제가 하루 중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Q. 일과 삶 모두 건강하게 관리하며 서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게 하는 Noah 님만의 팁을 알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 대답들과 어울리는 팁은 요가나 명상, 리츄얼 같은 것일 텐데요. 사실 그건 본질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하기에 많이 부족해서 부끄럽지만, 저는 워라인이 소수의 워커홀릭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가능한 조건이 있고, 조건이 충족되는 사람이 적을뿐이죠.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조건은 내가 공감하는 미션을 가진 팀에서 일하는 것이에요. 저는 오늘의집이라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되게 공감하거든요. 다른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두 번째로는 그 미션을 추구하는 데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일과 상관 없는 상명하복식의 주말 등산 같은 거요. 아무튼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상황에서 사람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일에 몰입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과 삶의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워라인을 추구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제 팁은 '위의 두 조건을 적극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에요.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두 조건이 마련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일에 몰입하고 그 안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Noah 님이 오늘의집으로 이직할 때쯤 브런치에 쓴 ‘대기업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가면서 느끼는 불안이라는 글은 총 세 편의 글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마지막 편은 올라오지 않았어요. 마지막 편은 어디 갔냐 물어보니 Noah 님은 씨익 웃으며 “더 이상 불안하지 않거든요”라며 답했습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에 회사원이라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 회사원은 무색무취의 삶을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Noah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자신만의 컬러와 철학을 갖고 진심을 담아 일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삶도 충분히 ‘늑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아침부터 설렐 수 있고, 누군가는 자기 일을 하면서도 죽지 못해 할 수 있는 것이라던 Noah 님의 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