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을 하며 인생의 절반을 보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한 회사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일하며 그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창업 초기부터 스스로의 일을 사랑하고 맡은 일을 탁월하게 해내며 일을 통해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채워진 이상적인 팀을 꿈꿔왔습니다. 현재는 이 꿈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고요.
프로의 일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불확실, 두려움, 실패와 싸우며 끝내 답을 찾아가는 오늘의집 팀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오늘의집 합류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과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다가 오늘의집에 합류했어요. 건축을 전공하고 LH에 입사했는데요. 한국 사회에는 ‘집’이 갖는 의미가 특별하잖아요. 부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투자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가족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요. 우리에게 이렇게 중요한 집을 한정적인 의미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더 다양하고 나다운 삶을 가꿔갈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을 활용하게끔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LH에 입사하기도 했고요. LH의 비전이 ‘살고 싶은 집과 도시로 국민의 희망을 가꾸는 기업'이거든요. 근데 공기업은 딱 정해져있는 직책과 역할이 있다보니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건설 시장에 대한 큰 그림과 흐름을 배우고 이직을 하게 됐죠.
Q. 공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은 흔치 않은데, 이유가 있었나요?
첫째는, 조직도가 명확한 공기업에 다녔다보니 이번에는 아예 작은 회사에서 Zero to One을 해보고 싶었고요. 둘째는, 플랫폼 기업에 다녀보고 싶었어요. 플랫폼은 연결을 하잖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O2O) 비즈니스 주체를 연결하고(B2B) 그렇게 다양한 경로로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할 수 있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임팩트가 엄청 클 것 같았어요. 2년을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주체를 어떻게 연결하고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죠. 그렇게 일하다 보니, 제가 이전부터 고민하며 풀고 싶어 했던 문제들이 스멀스멀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어려운 문제들 푸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 가장 풀고 싶었던 문제가 사람들이 집을 나다운 공간으로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어요.
Q.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풀고자 했나요?
LH에 다니면서 보고 느낀건데요. 인테리어 현장에 건자재 (창호, 바닥재, 목공, 타일 등) 별로 제각기 다른 업체가 오다보니, 현장 관리의 난이도도 높고 시공 품질의 차이도 굉장히 커요. 이런 문제들의 리스크는 결국 현장에 입주하게 될 최종 고객의 몫이고요. 최종 고객 입장에서는 정말 큰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했는데 (종합 인테리어 평균 비용 5,364만 원) 시공 하자가 있거나 품질이 안좋으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해결하면 제가 이전부터 고민했던, 사람들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편하고 즐겁게 나다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인테리어 시장의 구조는 크게 건축법규 / 자재 / 시공기술자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거든요. 그 중에서 자재와 관련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빠르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그래서 오늘의집에 지원하셨나요?
네, LH와 스타트업에서의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문제를 더 잘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조금 생겼거든요. 그래서 ‘집’과 ‘공간’에 대한 일을 하는 회사를 물색하다가 오늘의집을 알게 되었고, 회사 홈페이지와 기사 등을 엄청 찾아보면서 언젠가 꼭 여기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이전 회사 동료가 오늘의집 팀에 합류하면서 저를 O2O 서비스팀에 사내추천해서, 인터뷰를 보게됐죠.
*사내추천이란? 조직 내 새로운 구성원의 채용이 필요한 경우, 기존 구성원으로부터 적임자를 추천받는 제도
Q. 인터뷰 과정에서 한초님이 풀고 싶었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나요?
그 문제를 오늘의집에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기획안을 써서 인터뷰에 들어갔어요. 인테리어 현장에서 최종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유저 플로우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각 포인트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한 장으로 정리했어요. 포인트는 기존에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창호는 A사, 바닥재는 B사, 벽지는 C사에서 개별 발주하는걸, 오늘의집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통합 발주하는 부분이었죠. 잘 쓴 기획안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렇게 오늘의집에 합류했어요.
Q. 합류해서 진행하신 ‘건자재 유통 서비스’를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보통 고객이라 하면 일반 사용자를 생각하지만 건자재 유통 서비스는 조금 달라요. 최종적으로는 인테리어 현장이 끝나고 입주하시는 분들의 만족도를 위해 일하지만, 저희 서비스의 1차 고객은 인테리어 업체입니다. 기존에는 공사할 때 업체의 현장 담당자가 분산된 여러 개의 건자재 공급사에 자재를 개별로 발주해야 했는데요. 오늘의집의 건자재 서비스를 통해 검증된 공급사들의 자재만 통합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번에 발주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현장에서 생기는 자재의 반품, 교환, AS, 일정 정리까지 오늘의집 담당자가 관리해 드리고 있고요.
Q. 초창기부터 준비한 사람으로서, 서비스가 순항하고 있는 지금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작년 11월에는 목표 거래액을 초과달성하기도 했고 왠지 순탄했을 것 같지만,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2년 반 동안 정말 난항이 많았어요. 건자재 유통 서비스를 론칭하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거래액 그래프가 상승세 없이 거의 수평이었거든요. 종합 인테리어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임을 지속적으로 마주했죠. 그럼에도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가 분명하고 여기에 공감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분명히 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저 인터뷰를 계속 진행하면서 우리의 1차 고객인 인테리어 업체를 확장할 수 있거나, 최종 고객인 현장 입주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서비스를 계속 수정해 나갔어요.
Q. 유저 인터뷰를 하시면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나요?
우리가 확보해야 하는 건 1) 가격 경쟁력, 2) 서비스 안정성, 3) 서비스 편의성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고, 이걸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를 해나갔죠. 먼저 가격 경쟁력은, 건자재 브랜드 본사의 가격 조정 제재로 인해서 건자재 자체의 가격을 낮추기 어렵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페이백(Payback)이라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통해 시장가는 유지하면서도 오늘의집의 고객인 인테리어 업체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할 수 있었고요. 서비스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 퀄리티를 관리하고, 인테리어 업체가 견적, 발주, 결제, AS 등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만들어 갔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4월 건자재 발주 현장 수는 10배가 늘었고 2024년 월평균 거래액 성장세도 약 30% 수준이에요.
Q. 풀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시작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나요?
지칠 때도 많았어요. 근데 이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라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쉬어야 하는 상황에도, 힘들다는 생각을 금방 잊고 또다시 몰입하게 돼요. 그리고 우리의 서비스가 잘 자리 잡고 더 확장되기 위해 현장에서 가장 고군분투한 건 영업팀이라서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죠. 저희 팀은 오늘의집 안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몰두해서 일한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서비스 론칭 이후 1년 반 동안은 거래액 그래프가 수평을 그리다가, 작년 말에 목표를 초과달성하면서 J 커브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그때도 너무 기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초석을 다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이 여정을 앞으로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더 좋았죠.
Q. 오피스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동료로 유명하잖아요. 그렇게까지 몰입하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제가 첫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업도 잠깐 했었어요. 작게 시작했는데 운이 좋아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사업이 곧 제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여러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는 사업이 실패하고, 이렇게 애써서 만든 게 다 사라지니까 저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마음 고생, 몸 고생을 엄청했는데 그러고 난 뒤 느낀 게 ‘내가 아직 이십대 중반이고, 죽기 전까지 이 똑같은 시도를 적어도 3~4번은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내 인생이 긁지 않은 복권 같은 느낌도 들고. 그때부터 일과 삶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는데요. 결국 목표를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의미 있고 즐거운지, 그 과정을 나답게 걸어왔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건자재 유통 서비스는, 기획하고 론칭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저다웠고,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 결과만 바라보느라고 그 과정이 너무 괴롭다면, 저는 지금처럼 오피스에 늦게까지 남아서 몰입할 수 없었을 거예요.
🔖 Editor’s Comment : 이 대목에서 작년 오늘의집 Ethan 님과 진행했던 밋업 행사에서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여정 그 자체를 즐기는 건 오늘의집 동료들의 강한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 달성이나 결과보다는 여정 자체가 굉장히 큰 보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오늘의집을 제이와 함께 시작한 사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저에겐 엄청난 행운이죠. 저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일들을 계속 해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중간 중간의 작은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이 일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진짜 마음에 끌리는 일들을 하시길 바라요. 끌리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하시면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게 돼도 그 여정은 끝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나아가야 되죠. 우리가 이번 달 목표 달성했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렇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회사가 크게 성장을 해도, 또는 위기에 처해도 제 텐션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아요.”
- 오늘의집 공동창업자 Ethan 님과의 스페셜 밋업에서
Q.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그리는 커리어의 끝그림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제 목표는 덜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었어요.(웃음) 오늘의집에 와서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제가 90살이 돼도 누군가가 일로써 저를 계속 찾아주면 좋겠어요. 나중에 나이가 한참 든 뒤에도, ‘한초 님 이거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돼요?’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의집 팀에는 정말 일에 미쳐서 될 때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도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만드는 일은 실패할 확률은 높고 그래서 투입해야 하는 시간은 더 많거든요. 근데 오늘의집 팀이 하는 일들은 새로운 시도인 경우가 많고, 동료들이 그걸 정말 될 때까지 하다보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어요. 앞으로 이런 분들이 오늘의집 팀에 계속 합류하시면 좋겠어요. ‘적당히'가 아닌, 될 때까지 미친듯이 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