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해결에 진심인 컨설턴트가 오늘의집에 오기까지
Q. 오늘의집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O2O Lead를 맡고 있습니다. O2O서비스팀은 인테리어·주거생활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으로, 커머스에 이은 오늘의집의 두 번째 엔진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집 전체를 바꾸는 종합인테리어부터, 도배, 샷시와 같은 부분인테리어, 그리고 이사/청소 등 생활 서비스까지 집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약 50명의 비즈니스 구성원들과 20명의 프로덕트 구성원들이 함께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공급자 중심의 인테리어 시장을 다방면에서 혁신해 나가고 있어요.

Q. 오늘의집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오늘의집에 합류하기 전까지 Bain & Company에서 4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전략 컨설팅을 했어요.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비효율을 싫어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 저와 잘 맞는 일이었죠. 단순히 보고서를 전달하고 끝나는 일반적인 컨설팅 프로젝트보다, 기업의 실무팀과 함께 마케팅부터 제품 개발까지 진행하고 즉각적인 임팩트를 내는 프로젝트를 많이 경험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실제 비즈니스를 움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매력적이라 느꼈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저는 한때 건축가를 꿈꾸기도 할 정도로 공간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직접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공간은 가장 스케일이 크고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창작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공간과 인테리어는 제가 좋아하는 영역이면서도, 산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잠재성도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서 가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늘의집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자동차가 갑자기 고장이 나도, 트렁크에서 킥보드를 꺼내 탈 수 있는 사람
Q. 스타트업으로 오면서 기대한 부분도 있었을텐데,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했나요?
‘내가 어떤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인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컨설팅으로 시작한 커리어의 다음 스텝은 비교적 안정적인 글로벌 빅테크나 투자회사에 가는 길이 있고, 반대로 스타트업처럼 직접 부딪히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길도 있죠. 만약 ‘나는 네임밸류 있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다’ 하면 전자를 선택하는 게 맞아요.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의 문제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아니었어요.
비유하자면 ‘자동차가 갑자기 고장이 나도, 바로 트렁크에서 킥보드를 꺼내서 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단단한 시스템 안에서 경력을 쌓는 것도 좋지만, 실제 비즈니스의 다양한 영역에서 제가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는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왜냐하면 나중에 커리어가 더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다들 중요한 자리에서 큰 책임을 지고 있을 텐데, 그때 제가 더 단단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 더 많은 영역에서 직접 발로 뛰며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물론 쉬운 길은 아니죠. 가끔은 안정적인 벤츠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고요. 벤츠는 웬만해선 고장도 안 나잖아요.(웃음)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 손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쌓는 경험과 성취감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원했던 방향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의 제 선택에 후회 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오늘의집이 직접 풀어야 했어요.
Q. 이제 본격적으로 게리님이 이끌고 계신 O2O서비스팀에서 풀고 있는 문제로 넘어가 볼게요. 사실 게리님하면 ‘오늘의집 스탠다드’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해 주세요.
오늘의집 스탠다드 서비스는 인증된 인테리어 업체가 자재비 원가부터 마진까지 모든 비용을 투명하게 표기한 표준 견적서를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시공업체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쯤 지났을 시점에, 우리가 제공하는 시공업체 수는 국내 최다 수준이었고, 고객들이 여러 견적을 비교할 수 있는 환경도 어느 정도 만들어졌죠.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가격이 적정한 건지, 고객도 업체도 아무도 모른다’. 같은 공사를 맡긴다고 해도 업체마다 견적서 항목이 다르고, 원가 기입 방식도 제각각이라 고객 입장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러다 보니 업체와 고객 간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생기는 상황도 많았어요.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업체 수를 늘리고 리뷰를 쌓아도 인테리어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론을 내렸죠. ‘이 문제는 오늘의집이 직접 풀어야 한다.’
모호함이 가득한 시장, 해결책은 표준화였습니다.
Q. 그럼 오늘의집 스탠다드에서 말하는 ‘표준 견적서’는 일반적인 인테리어 견적서와 무엇이 다를까요?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아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업체마다 견적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같은 공사인데도 항목별로 정확히 무엇이 포함된 가격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업체는 ‘설비’ 항목 안에 전기공사 비용까지 포함시키고, 다른 업체는 전기공사는 별도 항목으로 작성하죠. 이렇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견적서를 놓고도 제대로 비교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실제 견적서 수십 개를 꼼꼼히 분석해 가장 많이 쓰이는 항목을 기준으로 표준화했습니다. 모든 견적서를 같은 기준으로 작성하도록 해서 고객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또 하나는 가격의 투명성인데요. 기존 견적서들은 대부분 총액만 표시하고 원가나 마진 구조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어요. 업체마다 마진 붙이는 방식도 달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결국 불필요한 가격 흥정으로 이어졌죠. 그래서 저희는 모든 항목의 원가와 마진을 별도로 명시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렇게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인테리어 업계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죠. 이처럼 오늘의집의 ‘표준 견적서’는 견적서를 둘러싼 모호함을 걷어내고, 고객과 업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준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업계 최초로 원가검수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계약 전, 공정별 검수 기준표를 활용하여 표준 견적서의 가격과 수량을 상세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견적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Q. 고객에게는 명확한 가격 구조와 투명성이 큰 이점이 되겠네요. 그럼 업체들은 왜 스탠다드에 참여하는 걸까요?
이유는 단순해요. 계약은 쉬워지고 수익은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거라고 걱정하는 업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불필요한 가격 협상이 줄고, 오히려 마진을 제대로 계산할 수 있어 수익이 안정적이다’라는 피드백이 많았죠.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견적을 뭉뚱그려 작성하다 보니, 처음엔 견적이 과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고객도 이 견적이 합당한지 알 수 없으니 계속 의심하게 되고요. 그렇다 보니, 현장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청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죠. 고객 입장에선 비싸게 느껴지는데, 정작 업체는 적정한 수익을 남기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표준견적서는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내용을 작성하다 보니, 시간은 조금 더 들지만 이런 오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단순한 원가 공개가 아니라, 고객과 신뢰를 기반으로 계약하고 동시에 오늘의집 내 상단 노출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업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오늘의집의 일하는 방식에 보면 ‘Aim Higher and Find a Way’라는 핵심가치가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Aim Higher, 즉 도전적인 목표라는 건 단순히 기존 대비 5배, 10배 높은 목표가 아닌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의집 스탠다드의 표준 견적서도 업계에서는 다 ‘못한다’, ‘할 수 없다’고 했던 일이거든요. 하지만 인테리어 시공 고객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이걸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용을 원가로 100% 공개하는 표준 견적서와 원가검수센터가 필요했어요. 물론 스탠다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까지 뒷단에서 팀원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선, ‘이거까지 봐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까지 챙겨야죠.
Q. 결국 스탠다드 서비스는 고객과 업체 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거네요.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팀 차원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과 협업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작년 7월 O2O서비스팀 리더로 합류한 이후 팀이 더 과감하고 빠르게 일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변화가 있으신가요?
O2O서비스팀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영업하고 운영하는 업무 비중이 높은 팀이에요. 그런데 매주 큰 규모의 회의가 월~화에 걸쳐 3~4시간씩 잡혀 있었죠. 특히 영업팀은 현장에서 고객과 업체를 만나야 하는데 회의로 인해 시간을 많이 뺏기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회의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대규모 회의는 월요일 1시간으로 압축, 참석자 대부분이 듣기만 하는 회의는 과감히 없애고 더 유의미한 규모로 개편했어요. 주요 사업 회의도 모든 참석자가 본인의 섹션을 직접 준비하고, 의사결정을 위한 논의만 진행하도록 바꿨죠.
또한, 회의에서 다루는 내용 자체를 더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모든 논의에서 [대상]과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만들었고, 문서화도 철저히 진행했어요. 예를 들어, 회의 문서에서 단순 공유 사항은 [공유], 의사결정이 필요한 항목은 [요청],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확인]으로 구분해 정리했죠. 이렇게 구조를 정리하니 회의가 줄어드는 건 물론 논의의 밀도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회의 방식뿐만 아니라 성과를 측정하는 관점 자체도 완전히 바꿨어요. 단순히 표면적인 결과 지표 하나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짜 의미 있는 지표’를 찾아내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계약 전환율’을 중요한 지표로 보는데요. 스탠다드 서비스 파일럿 시기에 계약 전환율을 살펴보니 업체마다 2%부터 16%까지 편차가 매우 컸어요. 이럴 때는 보통 전환율을 주요 지표로 설정하고 모든 업체의 평균 전환율을 15~20%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곤 하는데요. 업체별 편차가 큰 상황에서 단순히 평균을 내는 건 유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결과 지표를 만드는 과정 지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고객과의 첫 만남부터 계약까지 전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전환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찾는 거죠. ‘대면 미팅 완료율’ 같은 다양한 과정 지표를 살펴봤지만 계약과 별다른 연관이 없었어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더 깊게 데이터를 파고 들어갔더니, 결국 고객 유입 이후 ‘초기 대응 속도’가 계약 성사의 결정적 지표라는 걸 발견했어요. 그럼 저희는 업체의 ‘계약 전환율’ 지표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인 ‘초기 대응 속도’를 관리하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는 거죠.
Q. 여기까지 게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게리님이 생각하시는 ‘일을 잘한다’의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방향성과 디테일. 이 두 가지를 모두 챙길 수 있어야 진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먼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해요. 회사는 팀 단위로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며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곳이잖아요. 전체적인 상황과 시점을 고려하며 일의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테일을 챙기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일을 잘한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이런 것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해?"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하거든요. 예를 들어 표준 견적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견적서의 항목별로 보통 몇 줄의 내용을 쓰고 그게 한 페이지에 깔끔하게 인쇄되려면 줄 간격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부터, 대부분의 업체들의 기본 인쇄 설정값에 여백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까지 고민해야 해요. 그래야 고객과 업체가 실제로 사용하기 좋은 문서가 되는 거죠.
최근 들어 이런 디테일을 챙기는 리더십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잖아요.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 모수의 안성재 셰프 같은 사람들 모두가 디테일에 집착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마이크로매니징’이라는 개념이 많이 언급되면서 디테일을 신경 쓰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저는 그 걱정 때문에 디테일을 놓기 시작하면 절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끗차이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들이 너무 많고, 누군가는 끝까지 챙겨야 합니다.
Q. 앞으로 게리님이 더 잘 해내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스탠다드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믿을 수 있는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를 누구나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을 꿈꿨어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오늘의집이기에 가능하다고 믿었죠. 이제 파일럿을 마친 지 1년, 본격적인 확장 단계에 접어들면서 150개 이상의 업체가 스탠다드에 합류했습니다. 업체들이 직접 스탠다드 업체가 되고 싶다고 신청할 정도로 인테리어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고, 그만큼 점점 더 많은 고객이 투명한 견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아요. 스탠다드가 더 많은 업체의 ‘당연한 선택’이 되는 것. 앞으로 더 잘 해내고 싶은 부분입니다.
